"세계 최고의 음식"을 가린다는 세 개의 기준은?
같은 질문에 세 개의 순위가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탈리아, 페루, 베트남.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최고는 달라집니다

세계에서 음식이 가장 맛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여행자라면 한 번쯤 검색해 봤을 질문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국제 순위 세 곳이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이탈리아, 하나는 페루의 한 식당, 하나는 베트남이었습니다. 셋 중 누가 틀린 것일까요. 들여다보면 셋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을 재고 있었을 뿐입니다.
59만 건의 평가가 가리킨 이탈리아
음식 백과사전을 내건 크로아티아의 평가 플랫폼 테이스트아틀라스는 2025/26년 세계 100대 요리 순위에서 이탈리아를 1위로 발표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만 8,912개 음식에 쌓인 59만 228건의 유효 평가로 나라별 평균 점수를 낸 결과입니다. 이탈리아(4.64점) 뒤로 그리스(4.60점), 페루(4.54점), 포르투갈과 스페인(각 4.53점), 일본과 튀르키예(각 4.49점)가 이어졌습니다.
그리스 매체 그리크 시티 타임스는 이탈리아의 1위가 맛 자체보다 단순함과 완성도에서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몇 가지 좋은 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방식에는 논란도 따릅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 바이브스에 따르면 일부 나라의 순위가 실제 평판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테이스트아틀라스는 한 나라에는 무조건 높은 점수를, 다른 나라에는 무조건 낮은 점수를 주는 이용자를 걸러 낸다며 인공지능 필터로 편향을 막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중 평가는 표본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지역의 참여가 많아 점수가 쏠릴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 1,120명이 고른 리마의 한 식당
같은 시기 전혀 다른 방식의 순위도 나왔습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은 나라가 아니라 식당 한 곳을 심사합니다. 2025년 1위는 페루 리마의 니케이, 곧 페루와 일본을 결합한 요리를 내는 식당 마이도였습니다.
이 순위를 운영하는 영국의 윌리엄 리드에 따르면, 심사단은 28개 지역에 40명씩 배치된 1,120명의 셰프와 식당 운영자, 음식 평론가, 미식 여행가로 이뤄지고 성비는 50대 50입니다. 해마다 지역별 심사위원의 최소 25%를 바꾸고, 심사위원은 최근 18개월 안에 직접 가 본 식당에만 투표할 수 있으며, 2026년 기준 자기 지역 식당에는 최대 6곳까지만 표를 줄 수 있습니다. 결과는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따로 검증합니다. 정해진 채점 기준은 없고, 무엇이 최고인지는 경험 많은 미식가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 운영진의 설명입니다.
월드 50 베스트의 콘텐츠 디렉터 윌리엄 드류는 미차 츠무라 셰프가 이끄는 마이도 팀이 일본의 조리 기법과 페루 전통 식재료를 매끄럽게 엮어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5년 목록은 5개 대륙 22개 지역의 식당으로 채워졌고 새로 들어온 곳은 10곳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나라 단위인 테이스트아틀라스에서도 페루 요리가 3위였다는 점입니다.
여행자의 표가 고른 베트남
세 번째 순위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베트남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뉴질랜드 일간지 NZ헤럴드의 2026 트래블 리더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일반 여행자의 투표로 베트남이 세계 최고의 음식 여행지 1위에 올랐습니다. 2위는 이탈리아, 3위는 일본, 4위는 태국이었습니다.
브이엔익스프레스는 지역마다 뚜렷이 다른 베트남의 음식 문화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후추 향이 은은한 북부 하노이식, 왕실 요리 전통이 남은 매운 중부 후에식, 허브가 풍부하고 단맛이 도는 남부 호찌민식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국제 여행자의 80%는 현지 음식 문화를 목적지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답했고, 66%는 파인다이닝보다 길거리 음식을, 64%는 동네 식당을 더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질문, 세 개의 답
세 순위가 다른 것은 최고를 서로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이라고 저희는 봅니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나라 전체의 요리를 대중의 평가로, 월드 50 베스트는 식당 한 곳의 완성도를 전문가의 직접 경험으로, 리더스 초이스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여행자의 선호로 잽니다. 모두 최고라는 같은 말을 쓰지만 전혀 다른 것을 재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갈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탈리아는 테이스트아틀라스 1위이자 리더스 초이스 2위였고, 페루는 테이스트아틀라스 3위이자 월드 50 베스트 1위 식당의 나라였습니다. 방법이 다른 두 순위가 같은 이름을 가리킨다면 그만큼 믿을 만한 신호로 봐도 좋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한 곳에서만 1위라면 그 순위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순위를 여행에 쓰는 법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다른 순위를 고르면 됩니다. 한 나라의 여러 음식을 폭넓게 맛보고 싶다면 테이스트아틀라스를 지역별 대표 음식을 찾는 참고서로 쓰되, 순위보다 음식의 설명과 유래를 함께 읽는 편이 여행에 더 도움이 됩니다. 특별한 한 끼에 돈을 쓰고 싶다면 월드 50 베스트 목록을 보고, 예약이 열리는 시점을 미리 확인해 몇 달 전부터 준비하세요. 순위가 높을수록 예약 경쟁도 치열합니다.
그 나라의 일상을 맛보고 싶다면 리더스 초이스 같은 여행자 투표를 참고해 시장과 동네 식당 위주로 동선을 짜 보세요. 비싼 식당 예약 없이도 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식당 순위와 나라 순위를 헷갈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이도가 1위라고 페루의 모든 식당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질문에 세 개의 답이 나온다는 것은, 결국 최고의 음식은 순위표 한 장이 아니라 직접 떠나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 순위와 평가 방식은 발표 기관과 연도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식당 예약 전 각 기관과 식당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참고 출처
- TasteAtlas — "100 Best Cuisines in the World" (크로아티아 기반 국제 음식 평가 플랫폼, 2025/26 순위 원자료)
- Greek City Times — "Italy Reclaims Top Spot as World's Best Cuisine in TasteAtlas 2025/2026 Rankings – Greece Close Behind" (그리스)
- The Vibes — "TasteAtlas defends methods after outcry over controversial food ranking" (말레이시아)
-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 The Voting System (영국 소재 주최사 윌리엄 리드, 공식 심사 방식)
-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 "Maido takes No.1 at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2025" (영국 소재 주최사 공식 발표)
- PR Newswire — "Maido, Lima, Is Named No.1 in the List of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2025" (미국, 공식 보도자료)
- VnExpress International — "Vietnam tops global food rankings in 2026 NZ Herald Travel Awards" (베트남, 뉴질랜드 NZ헤럴드 어워즈 결과 인용 보도)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한국, 검색 수요 검증용 — '세계 최고의 음식' 검색 지수가 2026년 6~8월 구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7월 초 연중 고점을 기록한 것을 확인)
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