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1,000명이 앓은 뒤 여행객들에게 나온 식수 경고
2026-09-24 · John Lee (TripNoble 편집장)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검색하는 질문 중 하나가 "그 나라 수돗물, 마셔도 되나요?"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생수를 사 마시면 된다"는 답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국제 보건기관들이 내놓은 경고는 그보다 훨씬 구체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집단 감염 사례와 공식 가이드를 바탕으로, 여행 중 '마시는 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해외여행 마시는 물, 왜 지금 다시 중요해졌나 15개국 여행자 1,000여 명이 앓은 카보베르데 사례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Cabo Verde)**는 겨울 햇살을 찾는 유럽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입니다. 그런데 2025년 가을부터 이곳을 다녀온 여행자들 사이에서 세균성 장염이 잇따라 보고됐습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26년 3월 18일 발표에서 확진·의심 사례가 1,000건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263명, 스웨덴 120명, 독일 92명, 프랑스 67명, 네덜란드 64명 등 유럽 13개국과 영국, 미국까지 15개국 여행자가 포함됐습니다. 주된 원인균은 **시겔라(Shigella)**와 **살모넬라(Salmonella)**였습니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은 2026년 2월 전문가 논평에서 이 유행과 관련해 영국인 여행자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 자료에 따르면 환자들은 주로 살(Sal)섬의 산타마리아와 보아비스타(Boa Vista)섬을 다녀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전: 마시는 수돗물은 깨끗했다
이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 식품안전 전문매체 푸드세이프티뉴스(Food Safety News)가 2026년 6월 전한 영국 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마시는 물에서는 오염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농작물에 대는 관개용수에서 시겔라가 검출됐습니다.
즉, 컵에 담긴 물이 아니라 샐러드를 씻은 물, 음식을 만든 손, 음료 속 얼음처럼 '마신다고 생각하지 않은 물'이 문제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ECDC는 여행자에게 "병에 든 물이나 끓인 물을 마시고, 얼음과 날음식을 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LSHTM의 데미언 털리(Damien Tully) 부교수 역시 "병에 든 물이나 끓인 수돗물만 마시고, 음료에 든 얼음은 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여행자 설사, 생각보다 훨씬 흔합니다 2주 여행에 최대 70%
이런 일이 특정 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여행 의학 지침서 『옐로북(Yellow Book) 2026년판』은 여행자 설사가 2주 여행 동안 여행자의 30~70%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목적지와 계절에 따라 차이가 크며, 원인의 75~90% 이상이 세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2025년 8월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1억 명(4명 중 1명)**이 여전히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여행지의 물 사정이 내가 사는 곳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어느 나라 여행자에게나 똑같이 해당됩니다.
호텔이라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2026년 2월, 캐나다 방송 CP24는 멕시코 칸쿤의 '로열턴 스플래시 리비에라 칸쿤(Royalton Splash Riviera Cancun)' 리조트에서 수백 명의 캐나다 여행객이 위장염 증상을 겪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원인으로는 대장균(E. coli)이 의심됐고, 주로 오염된 음식을 통해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례는 물 자체의 문제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니까 괜찮겠지"라는 믿음이 늘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LSHTM 전문가들도 뷔페처럼 음식이 오래 놓여 있는 환경은 온도 관리와 손 위생이 소홀해지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생수보다 먼저 확인할 '보이지 않는 물' 4가지
CDC의 여행자 식음료 안전 안내를 바탕으로, 많은 여행자가 놓치는 물을 정리했습니다.
① 얼음 — CDC는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얼음을 쓰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대부분 수돗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생수를 시켜 놓고 얼음 컵에 따라 마시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② 양치 물 — 식수 위생이 불확실한 지역에서는 병에 든 물이나 소독한 물로 양치하도록 권고합니다. 샤워할 때도 입을 다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③ 탄산이 아닌 디스펜서 음료 — 식당의 음료 기계(fountain drink)는 매장 수돗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 CDC는 피하라고 안내합니다. ④ 씻은 생채소·과일 — 카보베르데 사례처럼 세척용 물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직접 껍질을 벗기는 과일이 더 안전한 선택입니다.
반대로 비교적 안전한 것도 있습니다. CDC는 공장에서 밀봉된 병·캔 음료, 특히 탄산음료와 탄산수는 기포가 있어 밀봉 상태를 확인하기 쉽다고 설명합니다. 김이 날 만큼 뜨겁게 나온 커피와 차도 안전한 편이며, 식힌 뒤 마셔도 됩니다.
끓이기·필터·정수 알약, 무엇이 통할까
생수를 매번 사기 어렵거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걱정된다면, 직접 물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CDC 옐로북 2026년판 '여행자를 위한 물 소독' 장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방법 효과 주의할 점 끓이기 세균·바이러스·원충 모두 제거 끓기 시작한 뒤 1분간 더 끓일 것 휴대용 마이크로 필터(1㎛ 미만) 세균·원충 제거 바이러스는 걸러지지 않음 울트라 필터(0.01㎛) 바이러스까지 제거 제품 사양 확인 필요 염소·요오드 정수 알약 세균·바이러스·지아르디아 크립토스포리디움에는 효과가 약함 UV 살균 펜 맑은 물 1~2L 소독 흐린 물에서는 효과 떨어짐
실전 적용 방법 여러 방법을 겹치세요. 필터로 거른 뒤 정수 알약을 넣으면, 필터가 못 거르는 바이러스와 알약이 약한 원충을 함께 막을 수 있습니다. 호텔 전기포트를 활용하세요. 수돗물을 한 번 끓여 식혀 두면, 다음 날 양치 물과 물병 채우기에 쓸 수 있습니다. '생수가 무조건 더 낫다'는 생각도 점검하세요. CDC는 일부 지역에서는 병에 든 물이 수돗물보다 반드시 낫다고 볼 수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밀봉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하는 실수와 주의사항
"생수 한 병 샀으니 오늘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가장 흔한 착각입니다.
뚜껑 밀봉을 확인하지 않는 것 — CDC는 일부 판매자가 접착제로 뚜껑을 다시 붙여 파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는 순간 '딸깍' 소리와 저항감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손 소독제만 믿는 것 — LSHTM 전문가들은 시겔라처럼 손을 통해 퍼지는 균에는 손 소독제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비누와 물로 꼼꼼히 손을 씻으라고 강조했습니다. 증상을 '물갈이'로 넘기는 것 — 고열, 피가 섞인 설사, 심한 복통이 있으면 여행 중이든 귀국 후든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ECDC도 여행 중이나 여행 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료진을 찾으라고 권고합니다.
실전 적용 — 자주 묻는 질문 Q1.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나라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출발 전 목적지 정부나 보건 당국의 공식 안내, 그리고 CDC·WHO 같은 국제기관의 여행 보건 정보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다만 나라 전체가 안전해도 오래된 건물의 배관이나 외딴 지역의 급수 상태는 다를 수 있으니, 숙소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2. 휴대용 정수 필터 물병 하나면 충분한가요? 대부분의 휴대용 필터는 세균과 원충은 거르지만 바이러스는 거르지 못합니다. 위생이 불확실한 지역에서는 필터와 정수 알약을 함께 쓰거나, 끓인 물을 쓰는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이미 설사가 시작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며칠 넘게 이어지거나 고열·혈변이 있으면 현지 의료기관을 찾고, 귀국 후 진료 때는 방문한 나라와 지역을 꼭 알려 주세요.
결론 및 요약
정리하면, 해외여행에서 '마시는 물' 관리는 생수 한 병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① 15개국 여행자 1,000여 명이 앓은 사례에서 문제는 마시는 수돗물이 아니라 얼음·세척용 물·손이었습니다. ② 여행자 설사는 2주 여행에 **최대 70%**가 겪을 만큼 흔하며, 호텔 등급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③ 밀봉 생수·탄산음료·뜨거운 음료를 기본으로 하고, 직접 처리할 때는 끓이기(1분)나 필터+정수 알약을 함께 쓰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바로 해 볼 일은 세 가지입니다. 목적지의 식수 정보를 확인하고, 작은 비누와 정수 알약을 짐에 넣고, 현지에 도착하면 "이 얼음은 어떤 물로 만들었나요?"라고 한 번 물어보세요. 이 짧은 습관이 여행의 하루하루를 지켜 줄 것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여행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고, 출발 전 목적지의 최신 공식 보건 안내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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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Epidemiological update: Shigellosis and other gastrointestinal infections in travellers returning from Cabo Verde (ECDC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스웨덴 소재 EU 기관, 2026-03-18) Expert comment: Cape Verde stomach bug deaths, how to avoid getting sick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영국, 2026-02-03) UK updates number of infections linked to travel to Cape Verde (Food Safety News, 미국, UKHSA 발표 인용, 2026-06-09) Travelers' Diarrhea — CDC Yellow Book, 2026 editio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Water Disinfection for Travelers — CDC Yellow Book, 2026 editio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Food and Drink Considerations When Traveling (미국 CDC Travelers' Health) 1 in 4 people globally still lack access to safe drinking water (WHO·UNICEF 국제기구, 2025-08-26) Canadians decry Cancun hotel's response to gastro outbreak (CP24, 캐나다,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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